Relate: 스타트업의 세일즈 문법을 바꿔나가는 Sa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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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양형준
작성일
2022-10-03 16:47
조회

테크 업계의 여러 function 중에 가장 저평가받는 것이 세일즈가 아닌가 싶습니다. 프로덕트 오너, 엔지니어, 퍼포먼스 마케터가 각광받는 시대에 ‘영업’이라는 직군은 묘하게 멋이 없으면서도 전문성이나 재미가 없는 일로 비쳐지곤 합니다. 테크 업계에 겨우 들어온 문과생이 하는 일의 느낌이랄까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가 졸업할 무렵에도 그 누구도 어느 회사의 영업직을 하고싶다 말하던 친구가 없던 것 같기도 합니다. 대개 전략 컨설턴트가 되거나, 금융 애널리스트가 되거나, 서비스 기획자나 소비재 마케터가 되겠다는 친구들이 많았죠. 심지어 삼성전자 공채에서 영업/마케팅 직군에 뽑힌 뒤 영업 팀에 배치 받으면 퇴사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업을 경험하고 실제로 테크 회사들이 돈을 벌어들이는 구조를 보고있자니, 세일즈는 본래 매우 중요한 직군이었고, 점차 더 그 중요도가 증가하는 것 같다 느껴졌습니다. 구글의 사례로 보자하면, 소프트웨어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15만명의 풀타임 직원이 존재하는데, 이 중 세일즈 단일 직군이 차지하는 비중이 30%가 넘기도 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구글 로컬 지사장은 엔지니어나 마케터가 아닌 그 나라 구글 세일즈 팀의 헤드가 맡는 구조이고, 구글 뿐만 아니라 많은 외국계 테크 회사가 그러합니다. 그렇다면 글로벌의 내로라하는 회사들에서 세일즈 직군은 왜 이렇게 중요하게 여겨질까요?


이는 본질적으로 회사에 돈을 벌어오는 것이 말그대로 ‘세일즈’ 직군이기 때문입니다. 회사의 대부분 멋져보이는 직군은 cost center인데, 이 cost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돈을 벌어오는 누군가가 있어야합니다. 물론, 모든 테크 회사들이 B2C의 형태로 end user를 대상으로 digital goods를 팔면서 돈을 버는 구조라면 이 세일즈 직군이 그렇게 크게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테크 회사 비즈니스 모델은 그렇게 구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구글과 메타 매출의 95% 이상은 광고 매출이고, 이 광고 매출은 세일즈 직군이 client를 대상으로 부단히 새로운 광고 상품을 소개하고, 광고 최적화 노하우를 공유하고, 광고주의 마음을 사기 위한 여러 활동들로 인해 나타나는 결과입니다. 즉 이런 회사의 서비스 모델은 B2C 형태더라도 사업 모델은 B2B의 형태에 가까운데, 프로덕트를 잘 만들면 유저가 알아서 모일 것은 맞지만(B2C), 유저를 모으더라도 누군가는 매출을 만들고 있어야합니다(B2B). 프로덕트가 좋다고 가만히 앉아서 고객이 돈을 내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러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저 또한 테크 업계에 막 발담근 201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이런 구조가 잘 체감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국내 스타트업들의 업종과 비즈니스 모델이 점차 더 고도화되고 분화되면서 기업의 B2B 및 세일즈 역량이 더 중요해진다는 것이 느껴졌고, 세일즈 스페셜리스트가 회사에 기여하는 바 또한 점차 더 커진다고 보였습니다. 또한, 여기서 말하는 세일즈는 고객에게 어떤 광고 상품이나 자사가 만든 재화를 파는 것 뿐만 아니라, 넓은 범위에서의 파트너십을 일컫습니다. 가령, 컬리에서 신선 식품을 소싱하는 팀, 샌드박스에서 유망 크리에이터를 온보딩 시키는 일, 마이리얼트립에서 좋은 숙소의 딜을 만드는 팀 모두가 넓은 범위에서 세일즈이자 파트너십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예시들이 자연스럽게 읽히신다면, 그만큼 스타트업들에게도 세일즈/파트너십 업무가 중요해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으로 대변되는, 더 좋은 세일즈를 하기 위한 툴이나 솔루션은 10년 전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세일즈포스라는 시가총액 200조원이 넘는 초대형 CRM 솔루션이 있긴하지만, 스타트업이 사용하는 데 있어서는 매우 무겁고, 비싸고, 온보딩이 어렵다는 등의 허들이 있습니다. 또한, 이런 CRM은 결국 세일즈 팀 내부에서만 쓰는 솔루션이라는 한계가 있는데, 이는 회사의 문제를 다양한 function에서 collaborative하게 풀어나가는 초기 스타트업의 상황에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릴레잇(Relate)은 이런 배경 하에서 스타트업들이 조금 더 똑똑하게, 효율적으로, 빠르게 세일즈/파트너십을 풀도록 도와주기 위해 탄생하였습니다. “The collaborative CRM your whole team uses.”이라는 슬로건처럼, 릴레잇을 만든 픽셀릭 팀은 현대 사회의 세일즈를 단일 직군에서 홀로 풀어서는 안되는 문제라 여기며, 세일즈-프로덕트-마케팅 등의 여러 팀이 함께 클라이언트의 문제를 실시간으로 소통해나가며 풀 수 있도록 하는 SaaS 툴을 만들었습니다. 클라이언트의 문제를 세일즈 팀 뿐만 아니라 전조직이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이를 바탕으로 더 쉽게 프로덕트를 개선하거나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대응하도록 지원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세일즈계의 피그마와도 같은데, 클라이언트의 문제를 정확하고 빠르게 공유하고, 조직이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이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만드는 툴입니다.


VC 업도 결국 세일즈와 투자의 교집합인지라, 릴레잇의 pitch deck을 보자마자 ‘엇, 나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그 후, 정상용 대표님, 김현준 이사님, 채수빈 이사님을 뵈었는데, 팀이 지난 3년간 5번 피봇한 이야기, 피봇하면서 얻은 러닝들, 이번 아이템에서는 deck 만으로도 유료 고객 8개를 확보한 이야기 등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더 흥미로웠던 것은 매우 초기의 프로덕트임에도 고객들이 보내는 열렬한 지지와 팀이 운영하고 있는 약 1천명 규모의 B2B 스타트업 커뮤니티의 활성도이기도 했습니다.


그리하여, 베이스인베스트먼트는 지난 라운드에서 픽셀릭의 리드 투자자가 되었습니다. 제가 챌린지보트(일종의 심사역 슈퍼패스권)을 사용한 딜이기도 할 정도로 하우스 차원에서 고민이 참 많았던 딜이기도 한데, 클로징 후 팀은 미국으로 넘어가 YC S22 배치에 합격하였고, 빠르게 프로덕트를 고도화시키고 있고, 놀라울 정도로 멋진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만들어나가며 B2B SaaS의 교과서와도 같은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꿈은 훨씬 더 크지만요.

현대 스타트업 씬은 그야말로 속도전입니다. 시간이 가장 중요한 리소스이자 경쟁사가 따라올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이 해자입니다. 그리고 저희는 조직 전체의 속도와 효율을 높여줄 수 있는 솔루션을 잘 쓰는 것만으로도 회사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믿고, 심지어 그 툴이 더 효율적이면서 효과적으로 돈을 벌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렇게 의지와 역량을 가지고 깊게 고민하는 팀이라면 릴레잇이 구글 캘린더, 구글 닥스, 슬랙, 노션, 피그마와 같은 툴의 대열에 올라서는 동시에 글로벌의 많은 회사들이 세일즈하는 방식의 norm이 되는 날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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