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에서 스타트업의 성공을 실질적으로 지원한다는 것

Opinions of Bass
작성자
최푸른
작성일
2022-10-21 19:50
조회

 

2020년 여름에 합류해 어느덧 2년이 지났습니다. 조인할 때를 돌이켜보면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VC가 오로지 포트폴리오 팀들의 성장을 돕기 위해 리크루터를 영입하는 시도가 국내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던 터라, 저에겐 미지의 영역에 떨어진 것처럼 낯설고 아득했었는데요.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이 씬에 온지 햇수로 5년이 됐는데도 스타트업이 뭐하는 곳인지 가끔 여기가 어디고 나는 누구인지. 지금까지 해온 경험은 대체 뭐고, 제 인생이 스타트업인 것처럼 마냥 헤메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이야기로 잘 풀어볼 수 있을지, 무엇보다 본질적으로 잘하고 있는 게 맞는지 많이 망설여졌습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그간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아무도 다니지 않았던 미지의 땅에서 이제는 사람이 다닐 수 있을 정도의 이정표로는 다듬어 진 것 같아, 베이스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들을 조금씩 공유해보려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구체적인 어떤 케이스들을 나열하기 보다 저희가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스타트업들을 지원하고 고민하고 있는지를 조심스레 먼저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1. 1. 포트폴리오 사들이 ‘영입’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을 돕고 있습니다.

조직이 성장하려면 훌륭한 동료를 모셔야 하는 중요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잘 알고있습니다. 하지만 영입에 대한 과정에서 일례로 A부터 C까지는 잘하는데 C 이후가 어렵다던지, C이후부터는 자신이 있는데 C까지 오는 과정이 부족하다던지, 처음부터 이 영역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도해야 할지 헤메는 경우도 있습니다. 창업팀과 처음 만나게 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아래의 6가지 아젠다로 논의를 시작하게 됩니다. 1. 채용하고자 하는 포지션이 왜 필요한지, 정말 필요한 게 맞는지 2. 회사 내부적으로 훌륭한 인재라고 생각하는 Talent Tier의 정의와 bar를 설정 3. 우리와 어떻게 Fit을 맞춰볼지의 형식과 평가지표들을 구조화 3. 시장에서의 경쟁력 있는 보상안 및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방법 5. 온보딩과 피드백 문화 6. 채용만큼이나 중요한 off-boarding 과정 논의 등

이러한 과정을 도울 때 팀들과 하나의 꼭지마다 sync 해야 할 내용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중요한 건 단순히 그 영역에 대한 역할과 리소스를 베이스가 ‘일시적으로’ 대체한다기보다, 팀들과 ‘함께’ A to Z를 경험하며 회사의 성장속도와 철학에 맞게 유연하게 맞춰나가고 있습니다.

 

  1. 2. ‘채용’이라 쓰고 ‘브랜딩’이라 읽어요

창업팀에게 기대하는 궁극적인 미션은, 성공한 브랜딩으로 훌륭한 인재들이 직접 찾아오는 선순환 구조 만들기 입니다. 대부분 지난한 채용 프로세스를 거쳐 포지션이 클로징되면 하나의 미션을 클리어 했다고 생각하지만, 함께하게 될 동료를 조직문화에 뿌리내리게 하고 리텐션 시키는 일은 어쩌면 채용 보다도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저희는 각각의 팀들이 지금 직면한 문제들에 맞게, 채용하고자 하는 사람이 어떤 역량으로 어떻게 채워주길 원하는지 세세하게 논의합니다. 더불어 최고의 인재들이 왜 우리 팀에 합류해야 하는지, 이 사람의 커리어에 우리 회사는 어떤 기회와 보상으로 플러스를 줄 수 있는지도 같이 정의합니다.

합류 이후에도 이렇게 서로가 예상한 기대치와 가설이 맞았는지 확인하고 계속 수정해나가는 작업이 필요한데요. 함께 성장하기 위해 각 구성원들의 어떤 부분을 도와드리고, 어떻게 모티베이션을 내외적으로 지속가능하게 줄 수 있을지, ‘채용’이라는 숏텀보다 롱텀의 ‘브랜딩’ 측면에서 각 팀만의 색깔을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고민합니다.

 

3. 베이스를 중심으로 훌륭한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C레벨부터 신입까지, 인더스트리와 직군을 망라해 커리어 패스를 고민하는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커리어 고민의 카테고리는 ‘더 나은 경험과 기회가 있는 팀으로의 이직’ 을 넘어 ‘도메인과 역할에 대한 확장 가능성’처럼 직무에 대한 고민이 되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베이스는 VC로서 체득한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최대한 공유합니다.

무조건 ‘이직 의사’가 전제가 되어 바운더리 내에서의 선택지를 권유해 드리기보다, 현재 고민하고 있는 우선순위에 맞게 최대한 좋은 기회와 경험을 선별하여 넥스트 스텝을 결정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여러 이야기들 끝에서 타이밍과 운이 좋을 땐 핵심 인재들을 저희 포트폴리오 팀으로 모셔올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또 가끔은 창업 준비를 적극 독려할 수 있는 형태가 되어서 앞으로도 꾸준히 이러한 연결들로 보탬이 되고자 합니다.

 

베이스는 스타트업의 성공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VC입니다. 업의 형태로서 적절한 자본을 투자하고 그 결과는 밸류와 같은 숫자로 회자되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스타트업의 성공은 그 결이 조금 다릅니다. 저는 구성원의 입장에서 그 회사들이 ‘의미있는 경험을 하며 다니기 좋은 팀’ 이었는지, ‘스타트업이라는 영역을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데 도움이 되게 만든 팀’ 이었는지의 과정들이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아무리 빠른 시간안에 가치있는 문제를 풀며 시장을 압도하는 팀이라고 하더라도, 직관적으로 구성원들이 다니기 좋은 회사가 아니라면 저에게는 어떤 결과로의 성공도 의미있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래왔고 또 앞으로 함께할 모든 분께 당부드리는 딱 한가지가 있다면, 0에서 1을 만들겠다는 선택은 예상보다 힘든 여정이겠지만 무엇보다 그 순간들을 저희와 ‘재밌게’ 서로를 성장시켜주는 과정으로 즐겨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