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시프트: '또뮤니티'가 아니라 'The Community'

Stories of Bands
작성자
이무영
작성일
2023-01-09 10:38
조회

패러다임시프트: 또뮤니티가 아니라 The Community

사견이지만 VC 심사역을 하면서 제일 듣고 싶지 않은 단어를 꼽자면, '커뮤니티'와 'SNS'입니다. 나중에 이 서비스가 어떻게 진화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 이 둘인 경우에 특히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숱한 실패의 이유도 꽤 분명해보입니다.
이미 기성 커뮤니티(다음/네이버 카페 등)가 촘촘하게 존재하고 유저들은 여전히 이 공간에서 벨류를 느끼고 있습니다. 약간의 불편은 있지만 새 서비스가 고착화된 이용 패턴을 바꿀 정도의 압도적인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유저들이 '이전 비용'을 감수할 이유가 없습니다. 난이도도 높습니다. 구글이 #1이 아닌 한국이지만 SNS는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꽉 잡고 있습니다. 이들이 선점한 네트워크 효과를 넘어설 가치 제안이 존재해야 하고, 엄청난 자본도 필요합니다. 또 서비스 자체가 충분한 가치를 준다면 BM이 굳이 커뮤니티를 경유하지 않아도 되겠죠.
종합하자면, 커뮤니티 혹은 SNS라는 답은, 서비스 자체가 충분히 뾰족하지 못한 경우에 등장하는 나이브한 핑계처럼 들립니다.

패러다임시프트는 '엄마들의 건강과 운동'이라는 테마로 '히로인스'라는 커뮤니티 서비스를 막 출시했고 그 즈음에 서비스와 대표님에 대해 알게되었습니다. 그런데 패러다임시프트 사업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또 커뮤니티야?'라는 생각보다는 남윤선 대표님에 대한 호기심이 훨씬 앞섰습니다. 리멤버에 재직하면서 리멤버 커뮤니티를 만들고 활성화시켜 기업가치를 드라마틱하게 제고하는데 확실하게 기여한 PO였기 때문입니다. 리멤버를 오랜 기간 사용하면서 커뮤니티 기능이 어떻게 기존 제품 안에 녹아들었는지를 봤고, 동시에 신기하고 대단하다는 생각도 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실체가 있는 커뮤니티를 제로 베이스에서 구축하고 비즈니스로 키운다는게 얼마나 힘든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창업자와 팀이 이 과업 앞에서 절망했는지 알기 때문에 더 궁금했습니다.

첫 미팅 당시 대표님은 투자를 고려하지 않고 계신 상황이었지만, 잠깐의 미팅으로도 대표님과 팀이 얼마나 진지하게 사업을 하고 계신지를 느끼기는 충분했습니다.
심지어 다른 핵심 멤버들 역시 리멤버에서 커뮤니티 서비스를 함께 만들었던 멤버들이었습니다. 성공한 스타트업의 안락함을 뒤로 하고, 성공의 과정에서 축적된 노하우에 기반해 일종의 연쇄 창업을 하고 있다는 맥락이 뚜렷했습니다. '또뮤니티 담론'에 시간을 낭비하게 될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지금 존재하는 빈칸들을 같이 채워나가자는 제안을 드렸고 대표님께서는 BASS를 흔쾌히 파트너로 받아주셨습니다.

아직 극초기 단계이지만, 유저 관점에서 다양한 가설 실험을 하면서 더 나은 방향을 찾는 의욕적인 팀의 모습에서 저도 에너지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히로인스가 'The Community'로 성장하는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미션이지만, 이 팀이라면 답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열심히 서포트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