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라키플레이스: 코로나 안개를 헤쳐나가는 나만의닥터

Stories of Bands
작성자
양형준
작성일
2022-09-19 12:34
조회

한번 익숙해지면 다시 예전의 사용 행태로 돌아가기 어려운 것들이 있습니다. 친구들에게 무료로 메시지를 보내거나, 공인인증서 없이 송금을 하고, 원하는 영상 클립을 마음껏 찾아 감상하는 모습 등이 그렇습니다. 흔히 ‘비가역적’이라고 일컫는 이런 행태들은, 고객이 예상한 것 이상의 압도적인 효용을 제공할 때 형성됩니다. 그리고 저희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없이 편하게 진료 및 약 처방을 받을 수 있는 ‘비대면 진료’가 그런 비가역적인 행태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믿으며, 이 믿음을 가장 잘 실현시켜줄 수 있는 메라키플레이스(나만의닥터)의 Seed 및 Pre-A 라운드 모두를 리드하는 투자자가 되었습니다.


팬데믹이 발생한지 어느새 3년째입니다. 팬데믹 이후 많은 것들이 변하였지만, 가장 빠르게 자리잡은 것 중 하나가 비대면 진료입니다. 비대면 진료는 팬데믹 기간 중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한시적’으로 허용된 상태이고, 이 기회를 틈타 30개가 넘는 서비스들이 우후죽순 등장하였습니다. 그 후, 2022년 상반기 오미크론이 전국을 강타하며 정부가 비대면진료 진료비 및 약 처방비를 지원함에 따라 폭발적으로 인지도와 수요가 증가하였고, 여러 서비스 중에서는 한 때 MAU 100만 이상을 달성하였던 서비스들도 있고, 수백-수천억원의 기업가치로 투자를 유치한 곳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슥 보기에 비슷해보이는 비대면 진료 서비스들은 자세히 보면 서로 다른 성장 전략을 택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를 product-led growth 방식이거나 value-led growth 방식이라고 나누어 보고 있습니다. 소위 블릿츠 스케일링이라고도 얘기되는 product-led growth는 지난 수년간 스타트업 성장 공식의 바이블처럼 각광받았던 방식입니다. 대규모 퍼포먼스 및 브랜드 마케팅을 통해 mass 유저를 획득하고, 획득한 유저들을 retain 시킬 수 있는 여러 프로덕트 장치들을 빠른 iteration을 통해 계속 쌓아나가는 식이 대표적이고, 급격한 성장을 위해 비효율을 감내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미덕으로 여겨졌었습니다. 반면, value-led growth는 유저를 굉장히 정교하게 segmentation하여, 각 유저별로 딱 맞는(반드시 product일 필요가 없는) value proposition 공략을 통해 개별 segment군을 lock-in 시키는 방식입니다. 솔직히 스타트업 씬에서는 전자가 더 멋있다고 느껴지기도 하고, 후자는 굉장히 뾰족한 전략과 각 segment 별로 맞춤형 커뮤니케이션과 운영을 바탕으로 한땀한땀 사업을 만들어야하기 때문에 훨씬 더 손이 많이 가고 난이도가 높습니다.


두 가지 성장 방식 중 비대면 진료 영역에서 어떤 접근이 맞는지에 대해 저희도 고민을 많이했습니다. 특히 오미크론 시기에는 데이터와 유저의 행태에 수 많은 노이즈가 포함되어 바른 판단을 내리기가 굉장히 어렵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이제 value-led growth가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이유는 비대면 진료 서비스는 유저의 리텐션이 일어나는 빈도가 적고, 리텐션 시기를 예측하기 매우 어려우면서도, 진료라는 것이 필연적으로 굉장히 고관여 서비스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리고 메라키플레이스는 value-led growth를 통해 비대면 진료를 혁신하는 대표적인 팀입니다. 헌데, 놀랍게도 ‘나만의닥터’는 출시 이후 진료건수, 거래액 및 주간 활성 사용자 수에서 ‘매주 평균’ 두 자리 수 이상의 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Product-led growth 방식을 우선순위로 두지 않았는데, 웬만한 블리츠 스케일링 전략을 택한 여러 스타트업보다 결과적으로 훨씬 더 빠르면서 건강한 성장을 이뤄내고 있습니다. 일부 핵심 지표에서는 매우 적은 시간, 자본, 인력 투입으로 업계 1위 수준에 도달하기도 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모든 놀라운 성장과 성과는 외부 환경이나 여러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손웅래 대표님과 선재원 대표님이 스마트하고 빠르게 가설을 검증한 결과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글로벌 전략컨설팅 펌 Mckinsey 출신의 손웅래 대표님과, 의사 출신이시자 손웅래 대표님의 Mckinsey 시절 동료이신 선재원 대표님은 비대면 진료 뿐만 아니라 디지털 헬스케어 전반을 혁신하는 비전을 가지고 계십니다. 이 두 분은 성공에 대한 매우 강한 열망이 있으면서도, 이 업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커나가고자하는 의지가 크기도 합니다. 의사, 약사, 환자, 정부 부처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면서, 조금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매우 섬세하고 진정성있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 또한 모든 것이 새로운 판에서 반드시 필요한 역량이자 자세라고 믿고, 이번 투자 건을 통해서도 ‘팀’이 가지는 중요함을 또 다시 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통해 보면 B2C 비대면 진료 영역은 미래에 유니콘이 탄생할 확률이 굉장히 높은 분야입니다. 그리고 저희는 그리스어로 '혼을 담는'이라는 뜻의 '메라키'처럼, 열과 성을 다해 그 미래를 앞당기고 있는 메라키플레이스와 함께 이 여정을 할 수 있어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